개요#
물 분자 한 개는 물질이다. 그러나 물 분자 한 개는 기체나 액체
1. 물 분자 한 개는 물질인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물 분자 한 개는 물질인가?’ 라는 질문은 보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물리)화학에서 중요한 본질적인 개념을 내포하는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먼저 과학에서 물질(영어로는 matter라고 합니다.)은 질량이 있고 공간(부피)를 차지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합니다.
물 분자 한 개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져 있으며, 아주 극도로 작기는 하지만 엄연히 고유의 질량도 있고(계산해 보면 약 \(3 \times 10^{-23} g\)), 공간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 분자 한 개는 물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자는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가진 가장 작은 입자라는 것을 상기하면 물 분자 한 개는 ‘물’이라는 물질의 성질을 가진 물질입니다.
2. 물 분자 한 개는 액체인가 또는 기체인가?#
일상적으로 대기압, 상온의 환경에서 물은 액체입니다. 여기서 물 분자 한 개가 물질이라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즉, ‘물 분자 한 개는 물질의 어느 상태에 있는가? 물 분자 한 개는 액체인가? 기체인가?’
고체, 액체, 기체와 같은 물질의 상태는 ‘아주 많은 수’의 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나타내는 거시적인(통계적인) 성질입니다.
예를 들어, 기체 상태를 묘사할 때, 우리는 흔히 온도, 압력, 부피 등으로 나타냅니다. 여기서 온도는 아주 많은 수의 분자들이 가지는 ‘평균’ 운동 에너지이고, 분자가 하나일 때는 온도를 정의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압력은 많은 수의 분자들이 용기의 벽면에 연속적으로 충돌하며 가하는 ‘평균’ 힘이지만, 분자 한 개는 이러한 연속적인 힘을 가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많은 수’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 한컵에는 약 \(10^{24}\) 개 정도의 물 분자가 들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얼마나 큰 수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분자 한 개만 놓고 봤을 때는 물질의 ‘상태’라는 것을 논의할 수 없고, 물 분자 한 개는 액체나 기체 중 어느 것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체 운동론이나 이상기체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물 분자 한 개는 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없으니 기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물 분자 한 개의 거동은 기체 상태의 분자 하나와 같지만, 물 분자 한 개와 기체 상태의 물질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실제 기체 상태는 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존재하지만, 높은 온도나 낮은 압력 때문에 그 상호작용을 이겨내고 멀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다른 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온도나 압력 조건이 바뀌면 상호작용이 증가하여 액체나 고체로 상태가 바뀔 수 있습니다. 물 분자 한 개인 경우처럼 아예 처음부터 상호작용할 대상이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3. 물 분자가 몇 개가 있으면 액체나 기체의 성질을 가질 수 있나?#
이 질문은 물리화학 분야에서 아주 흥미있는 주제이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액체나 기체는 분자들의 수가 증가하며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집합적인 성질로 물 분자가 몇 개부터 액체나 기체가 되는 지에 대한 뚜렷한 경계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들을 보면, 물 분자가 2개에서 수십 개 정도 모이면 수소 결합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작은 집단(cluster)을 형성합니다. 물 분자가 수십에서 수백 개 정도 모이면 나노 크기의 물방울이 되는데, 이때 액체와 비슷한 일부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 분자가 수천에서 수만 개 정도로 충분히 많아지면 액체 물의 특성이 비교적 뚜렷이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이 경우, 나노과학 분야에서는 ‘액체와 유사한 거동’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